삽질하는 하루
하우스 설치공사가 코 앞인데, 땅이 너무 질척거려서 포크레인 작업도 힘들다고 한다. 배수가 되려면 아무래도 도랑을 파야 할 것 같아 삽 두자루 달랑 들고 138m를 파 들어갔다. 한 삽에 토룡님들(심지어 미꾸라지, 개구리도) 한두 분씩 나온다. 이 땅, 지주님께서 일할 사람이 없어 농약도 못치고 벼를 키우셨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덕분에 좋은 땅이 좋은 임자(바로 우리)를 만났으니 이것도 하늘이 뜻일까?
습기가 많다 못해 곤죽이 되어버린 땅을 20전 파고 드니, 거친 황토흙과 주먹만한 돌들이 꽤 보인다. 여기를 어떻게 살아있는 땅으로 만들까하는 고민을 한 짐 더 지우는 순간이었다. 여튼, 딛고 있는 발도 쑥쑥 빠져들어가고, 한 삽, 한 삽 삽질이 여간 고된 것이 아니었다.
10m 쯤 파들어갔을까. 삽질 동지는 아득히 저 멀리서 여전히 삽질 중이다. 보이지도 않는다. 과연 오늘 끝나기는 하늘걸까? 머리속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등을 타고, 배를 타고 온 몸을 흥건히 적신다. 간만에 소금꽃 한번 그릴듯...
삽질 동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얼추 20m씩은 판것 같다. 일하지 않은 자의 손을 벌하듯, 손바닥엔 벌써 물집이 잡혀 따끔거린다.
양쪽 끝에서 시작한 삽질을 합치면 얼추 절반은 간 듯 싶다. 삽을 땅에 꽂아두고 (욕먹을 짓이지만) 담배 한대 꺼내문다. 청개구리님 이사갈 생각에 허탈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듯, 두 삽질 옥계농부가 만났다. 드디어 끝. 꽤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만약 세명이었다면 한명이 이 과정을 계속 담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하고...
이장님이 주시는 점심을 후딱먹고, 젊은협업농장(http://collabo-farm.com)에 가서 유기농 비료등 세 파레트 약 300개를 옮기고, 표고버섯 폐배지 2톤 분량을 하우스에 넣는 작업을 도왔다. 세상의 때가 뭍지 않은 착하고 아름다운 청춘들과 작업을 하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물론 우리는 허리도 뻐근하고, 움직일때 마다 아고고, 에구구를 연발한다.
머리가 복잡하고 일이 잘 안풀리는 것만 같은 요즘, 하루 종일 노동에 몸을 단련하니, 에너지 완충!
육체노동의 기쁨, 협업의 가치,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는 삶을 지향하는 옥계농부들은 퇴근길(?)에 오늘 하루가 만족스럽다고 자평한다.
빠샤! 잘 해 보자!!